함철훈 사진작가의 연설문
사진가는 값 비싼 사진기와 좋은 렌즈를 많이 갖고
그 사진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진의 힘을 아는 것입니다.
사진에는 세상을 살맛나게 하고 사람을 높이며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진에는 그저 한 끼를 때우고 있는 불쌍한 노인 외에
뭔가 따듯하고 당당한 분위기를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양로원의 노인들이 한 그릇의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양로원의 노인들 스스로가 식비에 관한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입니다.
그 돈이 늙은 자기들보다
몽골의 앞날인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쓰여지기를 원한 것입니다.
늙어 몸이 고달프고
혀가 깔깔해 입맛이 없어 점점 쇠약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자신을 위해
맛나고 부드러운 음식을 찾는 것은 노인의 본능입니다.
그런데 서로 의지해 본능을 함께 거스르기로 한 것입니다.
배 고품을 덜어주기 위해 온 저희들이
오히려 이 노인들로부터 더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돕는 방법을 도움 받는 사람들과 서로 의논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깨달음을 배웠습니다.
이제 찌그러진 그릇과 손의 주름살을 동정의 눈으로 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오히려 몽골 노인들의 기개에 고개를 숙였으며 저도 사진 찍기 위해 민망한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카메라의 셔터를 누룰 수 있었습니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만으로도
그들과 우리는 넉넉했습니다.
그것은 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풍요이며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경쾌한 자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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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이라는 사닥다리를 한 칸 한 칸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사닥다리가INTER ACTION이라는 넒은 고원에 닿은 날입니다.
밑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상상도 못했던 풍광이 이렇게 펼쳐져 있으니 제가 얼마나 놀라고 있겠습니까?
이렇게 의젓하게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제가 스스로 얼마나 자제하고 있는지 상상이 되십니까?
이제 저는 여기서 다시 사닥다리를 한 칸 더 만들어야하고
내일이면 또 그 한 칸 위에 제가 발을 디딜 것입니다.
내 나라의 이익이라는 높은 한계에서 벗어나 더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룩해 나가고 계신
NGO 한 분 한 분의 생각을 영상에 담고 싶어 저는 여기에 왔습니다.
동 양의 작고 가난하고 무지하고 독재정권에 휘둘리던 한 나라에서 자라
푸른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온 제 손에 들린 초라한 사진기가
골리앗을 맞선 어린 다윗의 여린 손위에 놓인 팔메돌이 되도록 하나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펜은 무기보다 강합니다.
오늘의 사진기는
무기와 펜까지도 필름에 담아 나누어 볼 수 있는 그릇이며 친근한 미디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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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hotographer is someone
who knows the power of a single picture.
Photography can give the will to live,
lift people up and allow us to love.
This photograph is simply of an old man filling his stomach,
but there is something warm and majestic about this image.
There is a reason they have but a single bowl as a meal.
The people of the nursing home have cut their own meal budget.
They felt that the money should be used,
not for the elderly of Mongolia,
but for the children, for the future of Mongolia.
Old age tires the body and mind and as appetites diminish,
it is instinctual to seek softer and tastier food.
However, they decided to lean on each other and persevere together .
We came to lighten their hunger,
but we ended receiving an invaluable gift from them.
We learned that people who are helping need to discuss
and learn how to effectively help from those who receive the help.
I am climbing the ladder of photography, one rung at a time.
Today, that ladder has led me to a plateau called InterAction.
A plateau that was not visible from the bottom,
and one I could not even imagine.
Imagine how surprised and honored I must be.
I stand here seemingly calm but believe me when I say
I am barely able to hold in the joy!
Now, I must build another rung on my ladder,
and then I will climb that step.
I came here today, to achieve a goal
bigger than the benefit of my own country.
I came here with the dream to capture and display the thoughts
and ideals of each NGO into an image.
I live in hopes that this camera I hold in my hand
will be the stone David held in his hand as he stood up to Goliath.
They say that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Photography is the medium that effortlessly envelops both.
Thank you.
***이 글은 4월11일 워싱턴 DC 랑팡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INTERACTION 연차총회에서 함철훈 작가가
대상을 수상한 후 행한 수상소감 및 작품설명 연설을 다시 (번역)정리해서 보내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