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사람 2007. 10. 4. 15:34

젊음을 아는 청년 (젊은이여, 그대는 젊음을 아는가?)

얼마 전 공병호 소장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소장님이 가끔씩 보내주시는 좋은 글이 고마워서 감사의 마음을 몇 자 적어 보냈던 것이다. 답변이 돌아왔다. 짧은 글이어서 처음엔 조금 실망했지만, 이내 나는 짧은 문장을 되뇌어 읽어보았다.

“인생에서 정말 귀한 시간대를 보내고 계시네요.
늘 최선을 다하는 삶, 즐겁고 유쾌함으로 가득 찬 삶을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공병호”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인생에서 정말 귀한 시간대’라는 글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마치 내 마음속에 자리잡기를 다짐이라도 한 듯이 소장님의 이 말은 게으른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인생에서 정말 귀한 시간대... 젊음...

2002년 5월 22일 오전 9시, 나는 교수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 학교에 갔었다.
학교 본관 앞의 연못인 일청담에 도착하여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니 8시 42분이었다.

교내 방송에서는 Take That의 "Back For Good"이라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사범대학을 바라보니 대학교 때 사귀었던 애인이 곧 걸어나올 것만 같았다. 내 눈길이 닿는 곳마다 추억이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몇 년 전의 일들이 학교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그저께 일처럼 너무나도 생생했다.

세월은 그렇게 살같이 흘러가고 말았다. 나는 생각했다.
'만약 지금의 이 느낌을 맛본 후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면...'

집을 나서기 전에 명상했던 마크 트웨인의 말이 가슴에 사무쳐온다.
"80세로 태어나서 열 여덟 살로 서서히 젊어질 수 있다면 인생은 한없이 행복할 텐데."

내가 자주 갔던 곳을 바라볼 때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 참 그리웠다. 추억은 이렇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를 일깨워주었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은 미래의 언젠가에 무척이나 그리워할 25살의 어느 날이 될 것이다. 지금은 지난날들을 그리워하며 후회에 잠겨 있을 것이 아니라, 늦지 않았음을 알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나만 시작한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부드러운 발라드로 인기를 모았던 이승환과 오태호가 함께 제작한 [이오공감]이라는 앨범에는 「나만 시작한다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의 가사가 너무나 맘에 들어서 가사를 전부 적어본다.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을 알고, 그리고 늦지 않았음을 알고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자.
‘그대여, 그대는 젊음을 아는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자신의 비행을 시작하듯 그대도 인생의 황혼이 되어서야 젊음을 깨달을 건가?’

구본형씨가 자유로운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이루어진 책 『사자같이 젊은 놈들』에는 젊음은 가혹하다는 말이 나온다. 젊음은 지나간 다음에야 속절없이 가버렸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나는 가혹함을 느끼기 전에 젊음을 아는 청년이 되고 싶다. 80세의 지혜로 열 여덟 살로 서서히 젊어지는 삶을 살고 싶다. 젊은이여, 그대는 젊음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