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보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며

이번 연재는 ‘시간 관리’를 주제로 합니다. 늘 강연 하는 주제이니 할 얘기가 퍽 많을 것 같다는 이유만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새롭게 공부해 가며 써야하는 이야기는 아직 제 삶 속에서 숙성되지 못한 것이니 살아있는 얘기가 못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책상에서 쓰는 글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들어진 얘기를 담고 싶었거든요. 내가 늘 고민하는 문제를 건드리고, 내가 갈망하는 삶을 다루려고 합니다. 이 모든 얘기들을 ‘시간관리’라는 틀 안에서 진행하겠습니다. 때로는 우리 존재의 이유를 묻는 이상적인 담론을 끌어오기도 할 것이며, 때로는 시간 관리의 구체적인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 모든 얘기들이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자, 새로운 연재의 첫 번째 글, 시작합니다.

살아지는 그대로의 모양 발견하기

나는 싫다.
삶의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입술의 약속이 싫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지 않은 불성실한 태도가 싫다.
게으름을 이기지 못해 미루는 습관에 허덕이는 모습이 싫다.
빨리 결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허둥대는 모습이 싫다.

만약 여러분 중 방금 말한 것들에 하나라도 해당되어 찔림을 받아도 좋다. 미안할 필요 없다. 저 글들은 나에게 한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지칭하며 한 말은 아니다. 그저 나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찔리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아파하자. 함께 부끄러워하자.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반드시 변화하자. 반드시 어제보다는 아름다워지자.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창조하고 싶다. 이름 하여 ‘보보 스타일’을 창조하여, 내가 살아지는 모양을 직업으로 갖고 싶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나는 어떤 모양으로 살아지는가? 부정적인 모양도 있을 것이고, 긍정적인 모양도 있을 것이다. 그 중에 긍정적인 모양을 취하여 그 것을 나의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살아지는 모양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강연 준비를 할 것이고, 글을 한 편 쓸 것이다. 며칠이 지나면 오늘 한 강의에 대한 강연료를 받게 되고, 오늘 쓴 글도 언젠가 책으로 나온다면 인세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 일한 품삯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다. 즐겁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서 자연스레 강연 구상을 하거나, 배우기를 찾아 나선다. 가만히 놓아두면 나는 배움 지향적, 가르침 지향적이 되는 것이다. 뭔가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내 인생은 가르침과 배움의 모양으로 살아진다. 살아지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자유와 기쁨인가! 아! 살아지는 대로의 모양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음은 또 얼마나 큰 축복인가! 살아지는 대로의 모양은 또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자연스러워야 오래 가는 법이다. 이상적인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비즈니스 현장은 전장(戰場)이다. 스스로 즐기는 일을 무기로 삼게 되면 모든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 일을 즐기는 사람, 그 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사람을 당해내기는 쉽지 않다. 또한 자연스러움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인위적인 것들은 그만의 수명을 가진다. 본인의 업(業을) 찾은 사람은 직장을 찾은 사람보다 오래 간다. 그들은 몰입 도에서 지속성에서 모두 경쟁 우위를 갖는 것이다. 몰입은 즐거움과 성과를 낳고, 지속성은 개인사를 바꾸어 놓는다. 인류사만이 장엄한 것은 아니다. 개인사도 그에 못지않게 장엄하고 눈부실 수 있다.

어찌 보면 '존재 이유'를 의미하는 단어인 사명은 가장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리라. 올해의 나는 나를 만나고 있다. 나를 만나 대화하고 친해지고 있다. 나 자신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매일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온전한 나'가 아니었다. 나의 일부는 사람들의 기대였고, 나의 다른 일부는 이 시대의 요구였고, 또 다른 나의 일부는 가식과 위선이었다.
그래서 나를 만나면 무척 반갑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반갑다. 희석아!
이제 너로 살아가거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건넨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만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자신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

사람들이 자신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문득, 성경에서 발견한다.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함이요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함이니라" (야고보서 4:2, 3)

자신을 만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명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성찰하는데,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데,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보는 데에 게으른 것이다. 우리의 삶에 부지런함을 조각하자. ‘근(勤)’은 다산 선생님이 누차 강조하신 단어다.
"나는 논밭과 동산을 너희에게 남겨줄 수 있을 만한 벼슬을 하지 않았다만, 오직 두 글자의 신비로운 부족이 있어서 삶을 넉넉히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기에 이제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는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한 글자는 ‘근(勤)’이요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전답이나 비옥한 토지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필요한 곳에 쓴다 해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근’이란 무얼 말하는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을 저녁때까지 미루지 말며, 갠 날에 해야 할 일을 비 오는 날까지 끌지 말며, 비 오는 날에 해야 할 일을 날이 갤 때까지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 근면함을 다하자. 또한 나에게 주어진 인생에 근면함을 다하자. 여기에 한 가지의 근면함을 더하자. 나를 만나기 위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편에서 다룰 것이다.)

자신을 만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잘못 구하기 때문이다.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법으로 자신을 찾으려는 것이다. 자신을 찾으려면 역술가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굳이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파스칼은 "인간이 불행해지는 이유는 방 안에 홀로 가만히 있을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장소는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방'이다.
많은 정보보다는 '고독'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을 만나는 데에는 외부의 정보보다는 내부의 자원이 더욱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때로는 대화가 필요하겠지만, 지금 더욱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때로는 독서가 필요하겠지만, 지금 더욱 필요한 것은 '사색'이다.

자신을 만나는 것은 행복, 자유, 기쁨, 자연스러움을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자신을 만나려는 것이다. 부, 명예, 정욕, 가식을 위한 목적으로 자신을 만나려고 한다면 우리 영혼은 순결치 못한 우리 마음을 만나주지 않을 것이다. 이를 구본형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정갈하게 표현하셨다.
“자기 혁명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것은 돈과 명예와 권력이 아니다. 혁명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것은 삶 자체이다. 삶은 일상이다. 좋은 삶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일상을 통해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의 빛이 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일상적 삶’이야말로 자기혁명이 추구하는 비전이다."

나 자신을 만나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싶다. 그리하여 일상을 행복 넘치는 순간들로 채우고 싶다. 일탈의 성공보다는 일상의 성공을 누리며 살고 싶다. 나의 소망들을 빨리 성취하기보다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때에 가슴 벅차게 쥐고 싶다. 나만의 속도로 가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다. 나만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이 길을 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고 이 길의 끝에서 활짝 웃을 수 있다. 편안하게, 행복하게, 그리고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 비결은 자신 안에 있다. 자신을 만나 동행하는 것이 비결이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
견디어 내셨는지. 아니면 자신과 함께 살아 누리셨는지. 되돌아보시기를 바란다.

나는 보보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

나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나만의 스타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나만의 스타일, 이름 하여 ‘보보 스타일’을 창조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보보 스타일을 말하기에 앞서 어떤 것이 보보 스타일이 아닌 것인지 적어본다. 치열하게 살지 않다가 마감일이 가까워지면 그제야 대충 해 내는 지금의 모습은 보보 스타일이 아니다. 말로 내뱉은 후에 그 내던진 말에 의지해 삶으로써 일일이 각주를 달지 못하는 모습도 보보 스타일이 아니다. 조금 힘들다고 엄살 부리며, 자신의 타성과 타협하여 성장하지 못하는 습관도 보보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보보 스타일은
요령이 아니다. 대충이 아니다. 타협이 아니다. 당일치기가 아니다.

강인선 기자는 서울대 외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직장 생활 10년 만에 그는 다시 공부하러 하버드에 입학했다. 그의 말이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지나간 학창 시절, 나를 살려준 모든 생존 비법이 하버드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그러다가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 계획 없이 공부하다가는 학기 말에 페이퍼와 시험에 깔려 죽는다.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힌 당일치기 실력으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다?' 막판이 되면 평소 열심히 공부하던 친구들이 더 치열하게 하는데 어쩌라고.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는 하버드에서는 '하버드 스타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인생살이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나를 성찰하여 나만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강점을 기초로 한 나만의 스타일을 창조해 나가고 싶다.
여러분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덧붙임글]
나만의 스타일을 위해서는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성찰할 만한 몰입의 순간이 있어야 합니다. 몰입과 성찰이 핵심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몰입과 자기 성찰’을 키워드로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다뤄보겠습니다. 추상적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본 1편의 글은 시간 관리의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 앞으로는 시스템과 방법론도 다룰 것입니다.
하지만 시스템 이전에 마인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함을 잊지 마세요.

컨설턴트 이희석

E-Mail : hslee@eklc.co.kr

www.yesmydream.net

"내가 창조하고 싶은 보보 스타일은
요령이 아니다. 대충이 아니다. 타협이 아니다. 당일치기가 아니다.
원칙이고, 진실함이다. 성실한 준비이고, 탁월함이다.
또한 마음이 넓고 쾌활하여 호연지기가 뿜어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늘만 두려워하고 사람에게는 부끄러운 일을 하지 말아야 하리라.“
Posted by 복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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